나에게서 시작되는 노동의 이야기
이번 4호에서는 지난 가사노동에 이어 다른 종류의 돌봄노동인 간병노동, 그리고 아픈 몸의 노동할 권리와 노동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질병과 치료와 그 이후의 경험에서 이야기를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저의 개인적인 고민이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예술계 프리랜서 노동자이자 비혼 여성인 저는 프리하지 않은 노동환경에서 점점 건강을 잃어갔고 가난과 분투하느라 나의 몸이 보내는 신호는 뒷전으로 여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암이라는 질병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많은 중증질환들이 그렇듯 암은 오랜 집중치료와 요양을 필요로 합니다. 중증질환에 대한 국민보험의 혜택도 도움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보험을 들어둔 덕에 돌봄을 위해 가족들의 희생을 덜 수 있는 요양병원에서 요양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병실은 아니었지만 오랜 입원 기간 동안 간병인의 일들을 가까이 지켜볼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언어가 수월하고 노동집약적인 일에 포진해 있는 중국 교포들은 이미 오랫동안 간병업무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가 머물렀던 병원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지켜본 많은 간병인은 여성이자 외국인인 노동자였고, 새벽부터 밤까지 병실 한켠에 자신의 거처이자 일터이자 쉼터인 작은 간이 침대를 두고 환자들을 먹이고 씻기는 체력적인 일 뿐만 아니 라 정신적으로도 쇠약해진 환자들의 정서적 돌봄같은 정동노동 또한 도맡아 하고 있었습니다. 노인 인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