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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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에디토리얼

강한 물살은 돌을 치운다

돌무더기로 가득한 바다를 헤엄쳐 언젠가는 춤추고 싶어
파도를 가르는 고래들과 함께
– 흐른, 우리는 매일매일 中에서

 

의아할 만큼 돌무더기가 많다. 장애와 여성이 함께 놓였을 때, 이상할 만큼 자유가 제한된다. 마치 “보호가 필요한 대상”이라는 전제가 제곱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근거 없는 인식은 장애여성의 노동을 돌무더기가 가득한 바다로 만들었다.

돌무더기가 만든 현실은 이러하다. 15세부터 74세까지의 서울시 장애여성 중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비율은 26.8%이다. 장애남성의 경우 54.8%로 여성의 2배 이상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여성의 가장 활발한 경제활동 시기는 25세에서 34세이다. 이때 51.5%의 장애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데, 같은 시기 장애남성의 경제활동률은 74.6%이다. 20%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제활동률 양상은 연령이 높아짐과 함께 더 벌어진다. 55세-64세 시기가 되면 장애여성은 30.1%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남성은 66.1%가 경제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장애남성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의 장애여성만이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1

여성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하며 시작한 WSW에게 장애여성의 노동은 반드시 주목해야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주목에 앞서 배움이 필요했다. 이번 호는 WSW의 배움의 공유이다. ‘모두가 살만한 세상’에서는 35년간 안마업에 종사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여환숙 베테랑의 인터뷰를 통해 장애인복지법의 허울과 장애인의 노동 지속성에 대한 고민을 마주할 수 있다.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미진은 ‘멈추지 않았다’를 통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일상의 중요성과 사회적 제도의 한계, 그리고 장애 자체가 자원 혹은 동력이 되는 경험을 말한다.

필자가 지녔던 장애와 여성이라는 이중차별의 돌무더기에 섣부른 분노가 민망할 만큼, WSW가 만난 장애여성 당사자들은 돌무더기가 가득한 바다를 멋지게 헤엄치고 있었다. 이들의 유영은 무능함이라는 편견, 인정의 부재 등 많은 돌무더기를 뚫고 온 힘찬 움직임이다. 그리고 이러한 헤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과 정당한 보상, 쓸모 있음의 경험이 필요하다. 마땅히 변화해야하는 것들이 변화하여 장애여성들의 유영이 여환숙 안마사의 힘 있는 움직임처럼, 춤추는 허리의 당당한 몸짓처럼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 오래오래 지치지 않고.

 


글: 윤여준
책과 전시를 만듭니다. 쉬이 보이지 않거나 꼬여있는 것, 불분명하게 엉켜있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지만 필요할 때 목소리를 더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며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WSW를 만들고 있습니다.

  1. 이승미, 이의정, 「장애여성 노동 환경 분석에 대한 연구」,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사업보고서』, 2015, pp.114-115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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