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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특별기고

가정관리사, 가사노동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가사노동을 하고 있는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김재순 지부장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제공)

가정관리사, 그리고 전국가정관리사협회와의 만남

가정관리사로 일하기 전에는 제과점에서 판매일을 하며 생계비를 마련해왔다. 그러다 우연히 굿모닝안산 소식지에서 한 달에 77만 원을 벌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를 알게 되어 지원하였고, 원곡동에 있는 안산여성노동자회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일자리의 모집은 끝났었고, 대신에 산후관리사를 모집하는 중인 전국가정관리사협회(이하 전가협)를 추천받았다.

산후관리사는 신생아가 있는 저소득 가정에서 산모와 아이를 돌보는 일이었다. 한 가정에 2주간 방문하여 9시부터 5시까지 산모 식사, 아이 목욕, 아이 용품 관리, 세탁, 산모 마사지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전가협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산모분과, 가사분과로 나누어 진행하는 회의와 다양한 교육에 참석하였다. 그때 받았던 가정관리사 교육, 간부 리더십 교육, 고객응대 교육 등이 가정관리사로서, 여성활동가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정관리사 신입교육 현장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제공)

그 당시 사무장이었던 관리사가 열심히 회의와 교육에 참석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사무실에서 상담업무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주었다. 덕분에 1년 6개월간의 현장 경험 후 나는 연계하는 상담업무와 회원관리를 진행하게 되었다. 사무실에서의 업무는 가정관리사, 산후관리사와 고객을 매칭 하는 업무와 회의자료 및 회계를 보는 일이었고, 이러한 일들은 조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었다.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사회적 일자리에 참여하는 관리사들은 일하다 다치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협회 회원으로서만 일하는 관리사들은 아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고객들이 당일에 일을 그만 나오라고 하면 바로 실업자가 되어 그 날 서비스 요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가정관리사 사회 인식 캠페인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제공)

가정관리사의 노동적 특징과 어려움, 그리고 전국가정관리사협회

가사노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사람의 손으로 하는 육체노동으로서 가사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완화할 적절한 휴게시간 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가사서비스 이용자(고객)와 약속한 시간 내에 일을 마쳐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 인해 일을 하다가 다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가사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가사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노동조건의 기준을 세우고 현실화하는 것과 동시에 가사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였다.그래서 전가협에서는 2014년 11월 한국여성노동자회와 함께 <가사서비스 노동기준을 세우자 : 계약서를 씁시다> 소책자를 발간 및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가정관리사가 직업으로 인정받아 조금 더 안정적인 업무환경에서 일하기 위해서 2010년부터 매년 사회인식개선캠패인 일환으로 먼저 '호칭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 아줌마, 파출부, 이모라는 호칭 대신에 ‘가정관리사’라고 불러주길 바라며 회원들과 함께 피켓과 전단지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가정관리사라고 불러주길 바라는 발언을 하거나 노래를 개사하여 부르기도 하였다.

3.8 세계여성의 날 행사에 발언하고 있는 김재순 지부장 (전국가정관리사협회 제공)

또한 전국가정관리사협회에서는 2011년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제 100차 국제노동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에 관한 협약 제 189호’(C189)가 채택된 것을 기념하여 회원들과 함께 매년 6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국제가사노동자의 날 행사로서 가사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안과 협약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2019년에도 가정관리사의 권리를 찾고 플랫폼 노동을 거부하는 선언(가사노동자의 노동자성, 존중받을 권리, 건강하게 일할 권리, 안전하게 일할 권리, 플랫폼 노동의 비인간성 거부)을 외치며 가정관리사가 더 나은 노동환경에서 일할 수 있기를 다 함께 기원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가사노동은 물건을 대량생산하지 않는 1대1 대면 서비스로서, 노동의 결과물이 고객과 관리사에게 한정되어 나타나는 개별적 노동이다. 그러나 최근 가사서비스 시장에서 플랫폼 업체의 개입은 가사노동자들의 임금하락으로 직결되었다. 노동권에 대한 제도적 보호장치가 없는 가사노동자에게는 더욱 우려스러운 일이다. 전가협과 같은 비영리 협동조합에서는 노동자의 입장에서 소속감과 지속적인 교육,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플랫폼 업체에서는 고객의 입장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별점노동, 파편화된 노동으로 플랫폼 노동에 대한 문제점이 점점 드러나는 것을 보며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루빨리 가사노동자에 대한 양질의 협약을 비준하여 많은 가사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하는 법안이 통과되길 기원한다.

전가협은 2004년 5개 지부의 가사노동자의 경제 공동체로 시작하여 11개 지부로 확장되었고, 2011년 협동조합 법이 발의되면서 각 지부는 회원들과 협동조합 교육을 받아 8개 지부가 사회적협동조합(비영리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안산 지부는 2015년 여성가족부의 인가를 받아 가정관리사 사회적협동조합(가사협)을 창립하였고, 2016년 예비 사회적기업을 거쳐 2019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법인격으로 전환되면서 요즘은 가정관리사가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적립 등 법적 노동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가협은 가사법안이 통과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가사노동이 가치 있는 노동이 되길 바라며 또한 전가협을 알리기 위해 2019년 대표번호를 개설해 운영중에 있다. (1661-9403)

가정관리사의 권익증진을 위해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김재순

13년 전 안산여성노동자회를 통해 산후관리사로서 가정관리사 일을 시작해 현재 전국가정관리사협회의 협회장 및 안산지부장으로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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