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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인터뷰: 가사노동 전문가 경력 30년, 권현미 베테랑

중심을 잡아주는 일, 꼭 필요한 일

 

“저는 매일 아침마다 퍼즐 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밤에 설거지를 해서 엎어 놓고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그릇마다 뚜껑 찾아서 여기 놓고 저기 놓고 이 장에 놓고 저 아래 장에 놓고 하는 거. 청소는 일주일에 두세 번 한다 그러면 어느 어느 요일, 월요일은 화분 물, 목욕탕도 매번 닦는 건 아니니까 전체적으로 한번 닦는 거는 어느 요일에 한 번. 마치 재활용하는 날 정해져 있듯이. 그런 식으로 체계화가 되어 있긴 하죠.”

 

노동을 돈으로 환산하기엔 정이 없어 보이고, 자신의 노동에 대한 명칭을 가정관리사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 딱딱해 보인다고 말하는 가사노동 30년 차 권현미 베테랑의 이야기엔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반영되어있다. 하지만 그의 가정 경영과 전문적으로 행하는 가사노동은 돈으로 환산해도 무리가 없고 전문적인 업무 명칭을 부여해도 무방할 만큼 중요하고 또한 멋지다. WSW는 이번 호에서 가사노동을 30년째 이어가고 있는 권현미 베테랑의 노동 현장에 함께했다.

 

 

베테랑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남자, 여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가정주부이자 엄마이자 아내고, 제 업무 환경은 대부분의 주부가 그렇듯이 지금 제가 생활하고 있는 가족 안에서 다 이루어집니다. 업무라 그러면 주부가 다 똑같듯이 식구들 밥 먹는 것, 건강 챙기는 것, 계절 바뀌면 옷 챙겨주고 정리하고, 또 때 되면 빨래하고 청소하고 그게 가정주부의 업무지 않을까 싶네요.

 

어떻게 일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옛날에 교직이라는 일을 했던 사람이니까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주부가 됐고 엄마가 됐고 일을 관뒀어요. 그리고 나이가 젊었기 때문에 아무리 내 아이를 위해서 관두고 거기서 얻는 행복감이 있어도 젊을 때는 내 인생만 자꾸 도태되는 것 같았죠. 또 친구들 중에 아직 그만두지 않은 친구들도 있으니까 더 그랬어요.

쟤네들은 뭔가를 위해서 자꾸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는 것 같은데 나는 늘 반복적인 일상에서 눈뜨고 자고 눈뜨고 자고... 그냥 심하게 얘기하면 죽어가는 느낌을 받기도 했어요. 내 개성이나 나만을 위한 꿈같은 것이 다 묻히는 느낌 때문에 사실은 약간 처음 직장 관두고 몇 달은 심하게 우울증 같은 것도 오긴 왔어요. 근데 사람 감정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는 것도 있고, 또 연륜으로 인해서 생각이 깊어지는 것도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그냥 왜 저들하고 내가 다르지?라는 생각보다는 내가 가정에서 어쨌든 중심을 잡고 이렇게 있어주니까 애들도 ‘아, 집에 들어오니까 편해!‘, ‘아, 우리 집이 최고야!’ 또 남편도 ‘어딜 가도 우리 집만큼 편한 데가 없어’ 여행을 가서 막 즐기고 와놓고도 신발 벗고 딱 들어오면 ‘아 집이 역시 최고야!’라고 하는 그 가장 중요한 역할을 내가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또 우리 가족이 행복한 거라고 생각이 되니까 이제는 그렇게 비교의 대상으로 안 봐지는 거 같아요..

베테랑님의 체계적인 업무 방식이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확실한 업무 스타일을 가지고 계시다는데,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여행을 열흘을 간다고 하면 열흘 동안 먹을 음식을 해요. 그런데 음식도 뚜껑을 자꾸 열고 닫고 하면 금방 더 상할 수 있고 맛도 변할 수가 있으니까 알아보기 쉽게 육개장을 끓이고 뭐 고추장찌개를 끓이고 카레를 해놓을 때에도 한 번에 딱 꺼내서 조그만 냄비에 오늘 한번 먹고 싹 치울 수 있는 양만큼만 소분해서 타파 통에 담아 놓아요. 근데 그거를 또 내가 넣어놓으면 못 알아볼 수 있으니까 열흘 동안 세 번씩 먹는다 그러면 김치찌개1 김치찌개2 고추장1 카레1 뭐 이런 식으로 견출지를 위에다 다 붙여놔요. 냉장고를 열면 딱 그게 보일 수 있게 그러면 귀찮아서 안 먹는 일이 없게, 그리고 내가 없기 때문에 밥 먹는 일을 좀 소홀해하지 않게. 이런 게 글쎄 뭐 요즘 사람들이 보면 체계화됐다고 얘기할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일하실 때 느끼는 성취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반복되는 일상이기 때문에 막 성취감이 매일매일 느껴지는 건 아닌데, 가족들이 나한테 어떤 해주는 한마디? 아들이 군대 갔을 때 “엄마가 해주는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었다는 생각이 너무 간절하게 들더라. 근데 가서 애들하고 얘기해보니까 멸치 볶는 것도 다 집집마다 다르더라” 하더라고요. 어떤 엄마는 뭐 고추 넣고 볶고 어떤 엄마는 뭐 하는데 자기는 엄마가 견과류 넣고 해 줬던 그 멸치가 제일 맛있었다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좋죠.

지금 하시는 가사노동의 임금을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돈으로 따질 수 있은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이 되는데 근데 이제 나도 돈으로 따지고 싶을 때가 언제냐면, 그 세금계산할 때. 일한 사람은 자기가 일을 한 만큼 성취한 것만큼, 그래서 벌어들이는 소득만큼 거기서 세금이 매겨지잖아요. 근데 가정주부로서 어떤 일을 할 때는 그 뭐 세금 혜택이나 나라가 주는 어떤 제도상의 보장을 받기 위해서 이게 임금으로 가치를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그래서 아 어느 정도까지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최저)시급 요새 얼마 매기는 것처럼요.

2018년 10월, 무급 가사노동 가치평가 발표

2014년 기준으로 음식 준비와 청소,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시간당 1만 568원이라는 통계청의 가치가 나왔으며, 노동시간을 고려해 연봉으로 계산한 액수는 1인당 710만 8천 원 정도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가사노동을 하루 평균 2시간 15분으로 과소 추정했다는 것과, 가사노동의 가치평가에서도 여성과 남성의 임금에 격차를 주어 계산했다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2018년 10월 통계청 “가계생산 위성계정” 발표 내용 참고

 

소위 말하는 ‘주부’등, 가사노동자를 지칭하는 여러 단어가 있잖아요? 어떤 단어가 가장 적합할까요? 불리고 싶은 명칭이 있으신가요?

아 (이걸)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근데 내가 비행기 타거나 하면 해외여행할 때 거기 쓰는 란이 있잖아요 일하는 사람은 '뭐뭐 일한다'라고 쓰거나 '학생'이라고 쓰는데 우리는 그렇게 특별히 쓰는 말이 없잖아요. 늘 그래서 '하우스 와이프' 뭐 이런 식으로 쓰긴 쓰는데, '아 이게 특별히 뭐라고 불리면 좋을까?' 싶더라고요. 그러니까 쓰는 내가 자신이 없는 거예요. 언제 영화를 보니까 <대체불가 당신>이라는 영화 제목이 있더라고요. 애들이나 남편이나 이런 사람들한테 대체불가 당신의 역할로써 내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베테랑님의 특별한 팁을 소개해주세요!

팁에 굉장히 많은 부분은 절약과 연관되는 게 많죠. 예를 들면 우리 딸 같은 경우엔 매일 팩을 해요. 팩하고 나서 남은 그게 천이 처음에는 너무 젖어 있지만 살짝 마르면 그걸로 여기저기 먼지 닦으면 되게 좋아요. 이게 먼지를 굉장히 잘 흡수해요. 그래서 내가 우리 딸이 한 번씩 팩을 쓴 후에 놔두면 다음 날 전 그걸로 이곳저곳 닦고 다니거든요.

뭐 아니면, 야채들 다듬다 보면 자투리가 나오잖아요. 양파도 좋은 쪽은 쓰지만 끝부분, 제일 가장자리 부분은 썰어놓긴 모양이 이상한 부분들이 있거든요. 파를 다듬다 보면 음식에 쓰면 좋겠지만 음식에는 못쓰고 이렇게 씻으면서 베껴 내다보면 버리기 아까운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일단 씻어서 소분을 해놓아요. 소분해서 일회용 지퍼백 같은 데에다가 이렇게 모아놔요. <삼시세끼>보니까 염정아 씨도 그렇게 하던데 음식을 할 때 모든 국물 베이스를 다 멸치국물 같은 소스를 내거든요.  멸치로 국물 낼 때 아까 얘기한 야채 끝부분 같은 것들 소분해놓은 것들을 다 넣어요.

또 손님 와서 맥주가 남거나 그런 버리기 아까운 남은 술들 있잖아요. 맥주가 가스레인지 위나 기름때를 굉장히 잘 지워요. 그럴 때 쓰려고 맥주병을 막아 놓고나 병에 담아놓고 쓰고요. 소주나 레몬도 요리할 때 쓰잖아요. 레몬 껍질이랑 소주 넣어서 이렇게 놔뒀다가 나중에 그 액체로 냉장고 같은 거 닦으면 또 되게 좋거든요.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요?

 


인터뷰이: 권현미 베테랑
인터뷰 정리: 윤여준
촬영: 황유정
편집: 김용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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